마음의 부락 #02
언젠가 돌아올 널 기다리며
김성한 · 원문 보기 ↗
얼마 전 인스타로 DM이 왔다.
10여 년 전 청소년동반자로 활동할 시절,
이름도 잊지 못하는 아이.
그 아이는 내게
마치 성공적인 상담의 증표 같았고,
내가 꽤 괜찮은 상담자였다고 생각하게 했던
중요한 표식 같은 친구였다.
가정 문제로 의뢰받았지만
사회성도 좋았고,
네이버에서 가장 큰 대중교통 카페를 운영할 만큼
좋아하는 것도 분명한 아이였다.
기차를 몰고 싶다는 꿈도 명확했다.
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했고
그 아이는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.
짝꿍이 돈 관리를 하는 터라
나는 짝꿍 선물을 사려고 조금씩 모아두었던
비상금을 보내줬다.
결혼할 사람을 데리고 인사하러 오겠다는 말이
내게는 꼭
‘선생님, 그래도 잘못 살진 않았어요.’
하는 말처럼 들렸다.
그렇게 아이를 기다렸다.
약속한 것조차 가물가물해질 때쯤
그 친구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.
“형이 오기로 했었는데…
없는 번호라고 나오네.”
동생도 내담자였기에
예전 기록이 남아 있었다.
아마 이때까지도
나는 이 모든 걸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다.
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.
“설마 선생님한테도 연락했었어요?”
빠른 기차를 몰던 아이는
아무도 모르게 도박에 빠져 있었고,
어느새 뉴스에 나온 인물이 되어 있었다.
보내준 돈보다
대체 그동안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,
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,
그 안위가 먼저 궁금해졌다.
아무에게도 묻지 못했다.
한동안 놓고 있었던 상담을
다시 해보고 싶게 만든,
내게 그럴 만한 명분이 되어주었던 아이.
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
한참 머리가 멍했다.
내가 뭘 할 수 있을까.
생각해보면
그때도 내가 그 아이의 삶을 바꿔준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.
잠시 옆에 있었고,
이야기를 들어주었고,
그 아이가 자기 힘으로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
오히려 내가 위로받았는지도 모르겠다.
그래서 지금도
내가 널 다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.
다만,
길을 잃은 사람이
돌아갈 곳마저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다.
언젠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
돈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좋다.
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아도 좋다.
그냥 잘 살아 있다고,
이제는 괜찮다고.
그 말 한마디 들고
한 번쯤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.
그때처럼
밥이나 한 끼 먹자.
나는 아직
그때의 네 이름을 잊지 않고 있으니까.
언젠가 돌아올 널 기다리며.
